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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퇴근을 미루고 착한 일 하기


퇴근 하다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 떨어진 카드 하나를 발견했다. 누가봐도 버스 내리면서 떨어트렸겠거니 생각되는 위치였다. 분실신고를 해줘야되나 고민되었고, 한편으론 꽤 귀찮은 일이 될 수 있어 망설여졌다. 요즘 세상은 선의 그대로 받아드려지지 않기도 하니까. 내가 타고 가야할 버스를 기다리며 검색을 해보니, 분실 카드는 여러 케이스가 있었다. 범죄에 연루되었다가 버려진 카드, 오히려 주워준 사람이 어렵게 된 상황 등 뭐 골치 아픈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했다. 그치만 나도 지갑을 잃어버려 답답했던 그 때를 생각하며 습득신고를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카드를 찾으러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 퇴근 시간대라 도로가 엄청 막히는데 온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막히는 혼잡 시간을 기다렸다. 비도 오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게 되어 살짝 후회가 되었다. 못 본척할껄 괜히 나섰나 싶었고, 모처럼 착한 일로 내 시간 좀 좋은 방향으로 소비하는 그런 하루라고도 생각했다.

약 1시간 후, 아무튼 그는 고맙다며 거듭 인사했다. 매우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좀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계산없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 하나면 충분했을텐데 괜히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쩌나 여러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삼십대는 결코 순수할 수 없고 동심을 간직할 수 없는 나이인건가.

분명, 카드 습득신고 안 하고 지나쳤다면 매우 마음에 남았을 거다. 조금 많이 귀찮았지만 아주 잘한 일이다.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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