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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방구석 랜선여행, 영주와 안동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다.
우한 폐렴이라 불렸던 COVID-19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빠르게 빼앗았다.
직업을 잃거나 월급이 삭감되거나. 가벼운 산책조차 힘들다.
마스크를 써야만 하고, 더 철저하게로는 비닐장갑, 손소독제 뭐 하나 빠져선 안된다.
그리고 마스크 없이 다니는 사람들에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다.
빨리 코로나가 끝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지만, 그런 마음이 비단 나 뿐이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여행도 힘들다.
집에만 갖혀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게 기분을 축 쳐지게 만든다.


그럼 나도 방구석 랜선여행을 떠나볼까.
2019년 9월 26일~29일, 영주/안동 여행.



 

진아와 겨우 맞춰 떠날 수 있었던 늦은 여름 휴가였다.

사촌 형부가 선물로 주신 커피, 코엑스 명절 선물전에서 샀던 천마 쿠키,

엄마가 선물해주신 꿀대추, 두유 등등 간식거리 바리바리 싸들고 일찍 기차에 탔다.

우리 가족이 다 서울로 이사오기 전엔, 늘 기차를 타야만 고향 집에 갈 수 있었는데
외할머니도 서울로 오시니 더이상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갈 일이 없게 되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기차다운 기차를 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떠나는 여행이기에
마음이 여유있진 않았지만

난 대중교통을 꽤 잘 이용하는 편이고,
필요한 짐만 챙겨서 배낭으로 떠나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작년 휴가는 여러가지 이유로 국내 그리고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장소로 선택했다.

그래서 선택된 영주.

 

영주는 유명하지 않은 곳인가.
여행왔다고 말할 때마다 왜 영주로 왔냐는 얘길 참 많이도 들었다..ㅎㅎ

 

 

 

 

영주는 다른 유명한 관광도시처럼 좋은 숙박시설이 없었다.
(글을 쓰며 왜 영주로 여행왔냐는 질문의 의아함이 이제 이해된다..ㅎㅎㅎ)

아무튼 그래서 더 숙소를 꼼꼼히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종 선택했던 영주 제제 게스트 하우스

영주역과도 가깝고 바로 앞에 홈플러스도 있고, 이정도면 시내와도 가까운 편이었다.

침구류 세탁, 운영 등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장님을 만나뵈니 참 다정하고 좋은 분이셨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갈 수 없지만 모든게 잠잠해지면 다음에 또 영주에 놀러가야지.

 

 

 

영주는 작은 도시라 맛집이 많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사장님 추천 먹거리판도 있다.

 

 

 

영주 맛집, 나드리 쫄면.

사진을 분명 여러장 찍었는데 사진이 없다. 이상하다.

아무튼 맛있었는데, 그 날따라 주문 가능한 메뉴가 제한되어 있었다.
어차피 쫄면 먹을거라 크게 상관은 없었고, 네이버지도 참고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영주시장 랜드로바 앞에서 시작하게 되어서 랜떡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영주시장 떡볶이집.

숭덩숭덩 썰어넣은 양배추와 긴 가래떡이 무슨 맛이 있겠나 싶었는데 영주에서 머무는 내내 떡볶이를 먹고싶을만큼 맛있었다.

 조금 매웠으나 가격도 착하고 맛있어서 서울에 싸가고 싶던 떡볶이.
서울에선 이런 맛을 찾을 수가 없다.

 

 

 

영주 빵집 태극당. 카스테라 인절미로 유명하다.

 

 

버스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태극당에서 시간을 보냈다.

애매한 시간대여서 그런지 손님이 우리 뿐이었다.

 

 

 
20번 버스를 타고 무섬마을로 간다.

 

 

젊은 여자애 둘이서 낮에 영주여객 대합실에 앉아있으니 왜 왔냐고 쌍둥이냐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던 동네 할머니들.

친절하게 몇 번 버스를 타라, 나랑 같은 버스를 타니 내가 내리면 정류장 몇 개를 더 가라,

나 내릴 때 따라 내리면 된다는 둥 정이 넘치셨다. 내 고향같아 ㅠㅠ 오천 광천 다 그립구나.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있는 전통마을.

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의 우리말 원래 이름이라고 한다.

 

버스도 많이 없고 조용했던 동네. 찬찬히 걷기에 적당했다.

 

 

 

여전히 무섬마을까지 왜 가냐는 질문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시골버스 오래 타고 맑은 공기 마시며 잘 다녔다.

 

 

 

영주는 희안하게도 마땅한 식당이 별로 없는 듯 했다.

그 흔한 국밥도 찾기 힘들었고..

아무튼 그렇게 찾다가 들어간 장우동.

 

 

비빔만두가 유명하대고 만두 소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해서 시켜봤다.

또 양배추다.

여기 사람들은 양배추를 좋아하나.. 랜떡에도 양배추가 가득이었는데..

비빔만두는 랜떡만큼이나 맛있었다. ㅠㅠ 영주는 분식의 도시인가 ㅠㅠ

 

 

 

 

 

 

대중교통 배차 시간이 짧은 서울에서 있다가 아주 오랜만에 하루에 몇 대 없거나 시간 마다 몇 대 없는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더니 매우 피곤하다.
이렇게 첫째날은 잘 마무리 되었다.


 


영주에서의 둘째날.
조식을 든든하게 챙겨먹고, 부석사로 갈 예정이었다.
보통 부석사는 일몰 시간 즈음으로 다녀온다는데, 우린 저녁에 교횔 가야해서 낮에 가기로.



가을의 부석사는 알록달록 예뻤다.
입장료가 있던 걸로 기억하지만 비싸진 않았고, 계속 오르막 길이었다.

어쩔 수 없지. 산인데. 그래도 이정도는 무리되지 않았다.
그 유명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도 봤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책 제목이 인상적이라 아직도 기억한다.



부석사 입구에 있는 식당들 중에 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서울에서 등산가면 등산로 근처에 있는 비빔밥 묵 파는 식당들을 보며 왜 저길 가는지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해된다 ㅋㅋㅋㅋ 힘들어서 다 꿀맛!



지역에서 생산된 고구마를 활용해 수제 고구마빵을 만든다던 고구맘.
고구마빵 맛있었다.

난 이런 지역 상품들이 좋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같아서. 고향이 좋은 이유겠지.



여튼 부석사 다녀오느라 땀 흘려서 오후엔 숙소로 돌아갔다.
씻고 저녁먹고, 영주재림교회로 늦지 않게 갔다.
19:30 시작인줄 알았는데 20시 시작이라 뜻하지 않는 관심과 함께 많이 기다렸다.
생각지도 못하게 지인 부모님을 만났고, 회사 다른팀 부장님도 만났다.
아무튼 저녁예배 드리고 다시 숙소로 복귀.


그쪽으로 가는 분이 있다며 그 차타고 가라고 알려주시고, 또 데려다주셔서도 감사했다. 재림교인의 정은 늘 따숩다!

 

안식일이다.

늦지 않게 서둘렀는데도 도로가 꽉 막혔다. 아무튼 배낭메고 겨우 교회 도착.

이럴 때마다 내가 운전을 했더라면, 차가 있었다면 이런 생각이 많아져 늘 아쉽다.

그러면 짐도 차에 두고, 옷도 잘 차려입고, 성경찬미도 원래 사이즈로 갖고 다녔을텐데.

 



안식일 점심메뉴는 기주떡과 호박죽.
두세 번까진 맛있었는데, 떡도 호박죽도 달아서 먹기 힘들었다.
김치가 그렇게 맛있을 줄이야..ㅋㅋ

왜 팍팍 먹지 않녜서 너무 달다고 말씀드리니, 앞에 앉으셨던 장로님도 나도 호박죽 싫다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던 안식일!




오후엔 안동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영주와 안동은 꽤 가깝고, 버스도 많이 있다는데 나는 기차가 편하다.

 

그리고 저녁은 조림닭을 먹기로 했다.

찜닭은 서울에도 체인점도 많고, 9년 전에 안동에서 먹었던 조림닭이 맛있었기 때문이다. 


장로님 내외가 단골이라며 추천해주셨던 식당으로 갔는데 사람이 꽤 많았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이라 참 다행이었다.

 


가수 진성이 부른 안동역에서는 내가 왜 알고 있는건지.
아무튼 인상적인 첫 시작. 바람에~~~~~ 날려버린~~~

안동은 9년 전에 진아, 예진이와 내일로 여행왔던 곳이었는데,
그때 묵었던 숙소가 아직도 운영하는 듯하여 연락해보니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다며
기억해줘서 고맙고, 인터넷 글을 수정해야겠다고 하셨다.

9월 말인데도 꽤 더웠다.
짐들고 여기저기 다니는건 정말 피곤하다.


 
유자파운드를 사서 집에 가져왔다. 

한 때 인터넷에서 스팸구이 아니냐 했던 유자파운드인데, 실제로 보니 오해할 수도 있겠더라. ㅎㅎ



안동 숙소는 많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여행이니까 불편함도 감수해야지. 
이렇게 안동까지 잘 마무리하고 집에 왔다.
여행에 답은 없고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으며 오랜만에 국내여행해서 좋았다.
언어가 잘 통하니까 일단 백점.


코로나 때문에 어디 쉽게 못가는 지금 작년 영주와 안동을 보니 얼른 나돌아다니고 싶다.

방구석 랜선 여행 영주와 안동편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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