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다.
문득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
직장인에게 문득이라는 말은 표현은 꽤나 어울리지 않지만, 나는 그만큼 이 일을 재밌고 보람됐었다.
어찌 일을 재미와 보람만으로 하겠냐마는 올해 같아선 정말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왜 우리만 마감에 허덕이고 살아야 하나, 진전되는 것 같다가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도루묵 같은 일들의 연속이며,
휴가는 12월까지 거의 다 사용하라고 권장하더니 휴가는 낼 틈이 없다. 마감이 더 급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다음 주 좀 쉬어볼까 했는데 아뿔싸 업체 업무 미팅이 그 날로 미뤄졌다.
내가 없어도 되는 회의겠거니 모른 척하고 싶지만 휴가를 낸다면 어김없이 연락이 올 것이다.
휴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핸드폰에 있는 방해금지 모드는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오는 전화를 다 받아야 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그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거지.
어쩌면 내 애정의 척도가 변질된 거라 여길 수도 있겠다.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잘 진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부분의 전화를 다 받았는데,
대부분의 일은 다 해결되었지만 나는 그만큼 많이 지쳤다.
내 잘못도 아닌데 여기저기 수습하는 건 정말 넌덜머리가 난다.
결국 내가 나를 지치게 만든 거다. 적당한 선에서 나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재밌고 좋은 이 일이 나에게 화살이 되었다.
요즘은 직장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건가.
감사와 스트레스. 그 밸런스는 항상 어렵다.
27, Nov, 2020
_S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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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불쾌함으로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게 해 달라는 내 기도는 아주 빠르게 응답되었다.
일의 해결은 아니지만, 다른 것으로 마음을 기쁘게 하시니 그래도 한결 가볍다.
그리고 또 적절한 때에 적절한 말씀으로 깨닫게 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축복을 모든 사람에게 부어 주신다.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치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우심이니라', '그는 은혜를 모르는 자와 악한 자에게도 인자로우시니라'(눅 6:35). 예수께서는 당신과 같게 되라고 우리에게 명하신다. 예수께서는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에게 선을 행하라…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율법의 원칙이며 생명의 원천이다"(시대의 소망, 311)
"오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라 그리하면 너희 상이 클 것이요 또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 되리니 그는 은혜를 모르는 자와 악한 자에게도 인자하시니라"(누가복음 6:35).
내 상황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나 은혜를 모르는 자와 악한 자에게도 인자하신 하나님의 성품을 그려본다.
선을 행하는 건 하나님의 뜻이고 이것이 율법의 원칙이며 생명의 원천이라는 말이 나로 하여금 계속 곱씹게 한다.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을 이해하고 선하게 대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하나님의 자녀들이 이 세상의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건 하나님의 성품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오늘 오전은 하나님의 성품을 나타내지 못했음에 반성한다.
스트레스는 사람을 무너지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음을 또 느끼며, 무너질 때마다 붙잡아주시는 섭리를 고대해야겠다.
27, Nov, 2020, 13:52,
_S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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